2021.10.08 - 2021.10.14
«정(情)_마음에 긋다»
마음에서 드러내는 것을 뜻이라고 합니다. 뜻을 그림으로 그릴 때 뜻이 숨겨져 나오는 상태를 표현이라 말합니다. 화가 오석교는 뜻을 꽃에 숨어있는 천진한 아이를 통해 이야기합니다. 캔버스나 종이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오래된 나무판에 마음을 새겨 넣습니다. 끌과 대패질로 다듬고 닦으면서 세상을 살아온 오래된 흔적을 찾아냅니다. 나무에는 이미 꽃이 숨겨져 있고, 상(像)이 품어져 있습니다. 화가는 그것을 찾아서 긋고 칠을 합니다. 수북한 꽃무리를 만들면서 마음을 가로 지르는 정(情)을 이야기 합니다.
말을 걸어옵니다. 붉은색 매화인지 복숭아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흐드러진 꽃들이 마음을 파고듭니다. 나무에 그려진 꽃들 가운데에는 천진한 아이가 쳐다봅니다. 그러면서 속삭입니다. 철없고 어눌한 말투로 자신을 소개합니다. 어찌보면 요란하고 시끌하지만 마음을 안정하게 해주는 아이의 웃음 섞인 위로입니다. 하얀색 배꽃도 함께합니다. 늘어진 배꽃은 엄마의 마음입니다. 작품 <단미>가 있습니다. 단미는 우리말로 ‘사랑스러운 여자’를 뜻합니다. 그녀는 언제나 화가와 함께합니다. 소담스러운 말을 건내기도 합니다. 말을 배우고 익히는 아이의 엄마이기도 합니다.
꽃 시리즈를 봅니다. 기원, 듣기, 여운, 웃음, 소리듣기와 같은 소제목이 붙어있습니다. 겉으만 본다면 그냥 화사한 꽃무리에 재미나게 놀고 있는 아이들일 뿐입니다. 밝고 화사한 연분홍색 꽃들이 아이들의 움직임에 따라 흔들립니다. 가지에서 놀거나 속에 묻혀있거나, 간혹 탑이나 목탁으로 분한 꽃무리에 섞여있기도 합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바람입니다. 아이들은 꽃에 무리지어 빛나는 햇살을 자양분으로 삼습니다.
연(蓮)이 있습니다. 연은 이어짐과 소통과 함께를 이야기합니다. <연_꽃숨기>, <연_꽃에서>와 같은 제목들은 연(蓮)과 꽃을 분리하는 화가의 코드입니다. 연꽃은 청결, 신성, 아름다움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습니다. 연못의 일렁이는 물빛을 나무에 새겨놓았습니다. 물이 일렁여야 결이 생겨나듯 물과 결은 한 몸입니다. 연잎은 곧 물이며, 아이는 결이 됩니다.
휴(休)시리즈는 화가의 마음입니다. 화가는 언제나 그 자리에서 바라볼 뿐입니다. 그림에 나타난 석상은 모양이 아니라 생각이며 마음입니다. 모양이 아니라 마음입니다. 그래서 휴식(休息)과 안식(安息)의 영역입니다. 아무것도 아닌듯하지만 언제나 그 자리에서 세상을 바라봐 주던 어른이며, 세상이며, 어머니의 마음입니다. 각자가 살면서도 서로가 보듬고 서로를 이해하는 삶의 이치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림 그리는 화가의 뜻은 자신의 견해나 마음에 든 사심, 정의롭거나 친절한 감정 등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화가 오석교는 자신의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할 때 표현의 도구가 사람이 사용하던 오래된 목재를 사용합니다. 시간과 역사와 손때가 묻은 나무를 닦고 다듬으면서 자신과 동일시합니다. 자연에서 인위적으로 사용하던 그것이 시간을 먹으면서 다시 자연의 일부가 되어갑니다. 인위적이지만 인위적인 상태를 버린 다른 조건의 물건입니다. 나무와 끌과 대패와 망치는 그에게 있어 재료이면서 표현방식을 위한 매체가 됩니다. 자연친화적 재료이지만 인위적 가공을 거친 목재들이 화가의 인공과 호흡하면서 독립적 가치로 변화됩니다. 이것이 화가 오석교의 작품세계이며 가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