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

⟪전태원: 영겁의 단편⟫

2021.11.05 - 2021.11.11

돌과 바위가 있습니다. 돌은 모래보다는 크고 바위보다는 작은 단단한 덩어리를 말합니다.

모래나 돌이나 바위는 크기만 다를 뿐 흙이라는 성분은 같은 물질입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같으면서 다른 무엇으로 변한 것입니다. 여기에 전태원은 영겁(永劫)의 시간을 잠시 묶어둡니다. 지금이 지나면 다른 무엇으로 전환될 사물의 시간을 멈추면서 자신의 모습을 투영시킵니다.  


물성의 대별로 이해될 수도 있는 바위와 물을 제작합니다. 특정의 모양을 유지하고 있는 고체와 외부와 어떤 기물에 의해 어떤 모양으로도 변화 가능한 물을 만들어냅니다. 그렇다고 자체를 명명하는 것이 아니라 파장에 의해 일어나는 물결의 ‘결’자체를 이야기 합니다. 물이 아니라 그것으로 표현되는 흐름과 시간의 영역에서 만들어진 흐름 자체가 됩니다. 바위가 있습니다. 종이로 만들어진 바위는 종이의 습성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바위로 이해되는 시각의  편차를 보여줍니다. 바위에 붙어서 자라는 이끼로 영역을 확장시킵니다. 미세한 물기만으로도 자신의 생명을 유지해 나갑니다. 큰 욕심 없는 삶의 일부이기도 합니다. 바위와 물과 이끼는 각기 다른 물성이지만 영겁의 영역에서는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지금은 다르지만 언젠가는 같아질 수도 있는 공존의 시간입니다. 잠시 멈춰진 시간입니다. 


잠시 멈춰진 시간에는 무엇인가를 시작하는 시점이 생겨납니다. 시작은 결과나 끝을 예정하기 때문에 지속적 순환과는 조금 멀리 있기 마련입니다. 처음과 시작은 서로 만나지 않습니다. 처음은 경험치가 제어하지 않은 새로운 무엇입니다. 처음이기 때문에 낯설고 어색하고 불편하기 그지없습니다. 처음이 익숙해지면서 모양을 찾아 의미를 만들고 소통과 연결되는 시점이 만들어집니다. 여기에 전태원의 작품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