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28 - 2021.06.03
이미지 역행(逆行), 나안나의 작품들
물고기 머리가 있다. 물고기가 아니라 물고기를 닮은 무엇일 뿐이다. 누군가 물고기를 닮은 무엇을 보고 물고기라 하면 물고기가 되고, 사람이 되고, 외계의 알 수 없는, 혹은 미지의 그 무엇이 된다.
기억하고 있는 과거의 이미지는 과거의 경험 조각이다. 나안나는 기억에 잔존해 있는 과거의 이미지를 해체시킨다. 해체라기보다는 과거로의 역행(逆行)이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현재에서 과거로 가는 것은 과거로 가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서 바라보는 미래라는 의미를 되살려낸다. 과거로의 기억 여행은 시간의 흐름에서 미래형이 된다. 그래서 무엇이든 현재의 것으로 존재하게 만드는 것이 그녀의 이미지가 된다.
우리시대의 초상화가 있다. 물고기를 닮은 이미지는 무엇으로든 변신이 가능하다. 모자를 쓰고 숲속에 있다. 이미 선명하게 드러나 있기 때문에 숨은 그림 찾기가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찾아내지 않아야 한다. 찾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숲속에서 숲과 함께 호흡하는 숲의 일부로 이해하여야 한다. 그래서 특정이 이미지가 아니라 우리시대의 초상은 숲과 숲의 그림자까지 모두가 초상화로 이해하여야 한다. 무늬(잘린 머리들)은 초상화로 분하기 이전의 작품이다. 나안나는 잘린 머리라는 제목을 붙이면서도 그것을 생명체의 부분으로 이해하지 말고 그저 막연한 무늬로 받아들이길 강요한다. 세상의 모든 이야기와 함께하는 이미지는 무엇을 특정하는 그것으로 이해되고 있는 것을 거부하는 예술가적 항변이다.
무작정 지나치는 낯선 이미지와 환상처럼 스치는 무의식의 공간에서 발생하는 이미지를 그림으로 옮겨낸다. 때로는 작품 ‘무늬(해녀)’와 같이 낯선 이미지와 과거에서 오는 경험이 교차하기도 한다. 우리는 그것을 바라 볼 뿐이다.
- 글 : 박정수(정수아트센터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