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06 - 2021.08.12
손장난을 합니다. 호작질은 손장난 이면서 쓸데없이 장난치기라는 의미의 사투리이 기도 합니다. 화가 김은영의 최근 그려지는 그림들은 아이의 의미없는 손장난 같은 모양들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밀도 있는 붓질로 꽃의 모양을 만들던 때와는 상 당히 다른 화가의 관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름다움이라는 의미의 본래적 모양 을 찾아가던 것에서 더 확장된 마음의 영역을 만들어갑니다.
물감을 칠하면서 마음을 걷어냅니다. 이익과 욕심에서 출발한 사람들의 삶은 언제 나 갈등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음이란 사람이 본래 지닌 품성으로 바라보는 사회에 서 느끼는 감정이나 생각이 만들어지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마음은 겉으로 나타 난 것만을 따라갈 뿐입니다. 김은영은 사람이 지닌 본래의 모양이 무엇인지를 찾아 가는 과정을 그림으로 그려냅니다. 따뜻한 양지녘에 쪼그려 앉아 부드러운 흙 위에 손장난 하던 모습을 떠오르게 합니다. 아무렇지 않게 무엇을 그리는지 상관없는, 그 럼에도 무엇인가 그려지는 상태의 순연(純然)입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바라보지 못합니다. 다른 사람이 무엇을 표현하거나 어떤 상태 에 반응할 때가 되어서야 무엇을 바라는지 알게 됩니다. 행위나 무엇에 대한 관계 를 연결 짓지 않고서는 무엇도 알 수 없습니다. 선입견이나 선입감을 갖지 않은 상 태에 세상을 바라봅니다. 그래서 김은영의 그림들은 사람의 첫인상이기도 합니다.
상대에게 들키기 싫어하는 완성되지 않은 기분의 영역입니다. 그래서 본래부터 가 지고 있다는 순연(純然)의 영역에게 길을 묻습니다. 본래 순수한 거의 모양을 찾아 내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순수의 영역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 서 이미 알고 있는 기분의 모양을 그려냅니다. 기분은 상황에 따라 마음에 생기는 좋거나 싫거나 하는 감정을 말합니다. 그래서 알고 있는 감정의 모양을 찾아냅니다. 장난치다 우연으로 만들어진 그림 같지만 오랫동안 연구하고 훈련하면서 습득된 훈 련의 결과입니다.
아무것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은 많은 것을 가져본 이후라야 가능한 일입니다. 아무 것도 가진 적이 없다는 것은 가질 수 있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무엇도 없는 상태를 찾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본래적 감정의 회복 을 위한 모양체입니다. 마음 자체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든 기분의 모양을 찾아냅니다.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에 숨어있는 타인을 해하거나 간섭하거나 갈 등하거나 고민하는 대응의 것이 아닌 순한 마음과 상쾌한 상태의 기분을 그려냅니 다. 서로가 대하기전 순연(純然)의 영역에 있는 무구(無垢)를 확인하는 일입니다. 어 쩌면 지금 우리 시대에 우리가 바라봐야 할 순한 마음의 모양일지도 모릅니다.
글 : 박정수 (정수아트센터 관장, 미술평론)